♧...참한詩

낙관/한상권

김욱진 2017. 11. 7. 21:07

                     낙관

                   한상권

  주산지에서 풍경화를 그리다가
  왕버들나무처럼 온몸이 젖어 있다가
  야송미술관 옆 넓은 밥집 마당으로 옮겼다.
  송소고택의 헛담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시 단풍과 단풍 사이를 붉게 거닐었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진 창가에 앉아 점심을 먹는 것인데
  갑자기 작은 새 한 마리가
  가을 식당 통유리에 부딪혀 기역자로 꺾였다.
  누군가 단지 유리창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느 우주에선가 온몸을 던져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옹호했지만
  텅 빈 구두로 가득 찬 밥집을 걸어 나오면서
  발 앞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를 주우면서
  온몸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닿지 않는 길 위에서
  문득 가을이라는 유리 속에서
  새와 세계와 나의 관계를 보는 눈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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