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11월이 걸어서/이기철

김욱진 2017. 12. 21. 08:36

        11월이 걸어서

             이기철



두 나무가 나란히 걸어오는 11월에게

10월을 데리고 오라고 말할 순 없으리

마지막 홑옷까지 다 벗은 30일에게

20일에 입었던 옷을 입고오라고 말하진 못하리

이미 깃털이 두꺼워진 재두루미에게

날개를 가볍게 하라고 말하진 못하리

호수는 이미 명경이 되었고

돌을 던지면 하늘은 유리 깨지는 소릴 낸다

체온이 떨어진 낙엽에게

초속으로 달려가 짐승의 발을 덮어주라고 말할 순 없으리

12월을 일찍 장만한 개여울에게

눈 내린 날의 모직 재봉을 부탁하진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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