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깊이에 대하여/이하석

김욱진 2010. 10. 9. 11:27

          깊이에 대하여

           이하석

 

 

 

자판기 커피 뽑는 것도 시비꺼리가 될

수 있는지, 종이컵 속 커피 위에 뜬 거품을 걷

어내면 "왜 거품을 걷어내느냐?" 고 묻는 이

가 있다. 나는 "커피의 깊이를 보기 위하여" 라

고 대답한다. 마음에 없는 말 일수 있다. 인스

턴트 커피에 무슨 근사한 깊이가 있느냐고 물

으면, 대단치 않는 깊이에도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준다. 모두 얕다. 기실 따뜻하다는 이유만

으로 그 대단찮은 깊이까지 사랑한다 해도, 커피

는 어두워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해

서 내가 마실 어둠의 깊이를 얕볼 수 없다. 싸고

만만한 커피지만, 내 손이 받쳐 든 보이지않는

그 깊이를 은밀하게 캐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걸 누가 쉬이 들여다볼 수 있단 말인가?

 

 

                                (2010 현대문학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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