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고드름/박정원

김욱진 2010. 10. 12. 16:45

              고드름      

 

                   박정원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었던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들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복수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화살이 조만간 내게로 와

다시 꽂힙니다

 

절 마당엔

노스님이 가리키던 동백꽃 하나 투욱, 지고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 소리

 

결국엔 물이었다

한 바가지 들이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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