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한/박재삼

김욱진 2010. 10. 14. 10:20

          한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꺼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 설움이요 전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쩄던지

그것도 몰라, 그것을 몰라!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퍼할 수 없는 것/이성복  (0) 2010.10.14
하류/이건청  (0) 2010.10.14
고드름/박정원  (0) 2010.10.12
깊이에 대하여/이하석  (0) 2010.10.09
지상의 방 한 칸/김사인  (0) 201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