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스케치
-소매물도 폐교에서
폐교가 되어버린 소매물도 분교
누군가 그리다만 한 폭의 그림처럼
아쉬움 가득 머금은 채 섬 꼭대기에 붙어 있다
펄럭이는 도화지 너머로 메밀꽃* 하얗게 피어나고
통통배 한 척이 물방개처럼 떠돈다
비스듬히 누워 잠든 교문 앞에서
아침 햇살이 출석을 부른 듯
도리반 도리반거리고
빼곡 둘러선 동백나무 사이로
몰래 등교한 꼬마염소들은
운동장 가에 자란 잡풀만 옴폭옴폭 뜯어먹는다
어디선가 날아온 동박새 한 마리
얼룩진 나의 여백에 붓질하듯
혀끝으로 동백 꽃잎을 간질여댄다
교실 벽에 나붙은 사진 속 아이들이
창밖을 바라보며 까르르 웃는다
*메밀꽃 :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
'♧...비슬산 사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나들이 (0) | 2010.05.21 |
---|---|
비둘기 주례를 서다 (0) | 2010.05.21 |
아카시1 (0) | 2010.05.21 |
아카시2 (0) | 2010.05.21 |
가을 하늘 (0) | 2010.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