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바다 스케치

김욱진 2010. 5. 21. 20:20

바다 스케치

-소매물도 폐교에서

 

 

 

 

폐교가 되어버린 소매물도 분교

누군가 그리다만 한 폭의 그림처럼

아쉬움 가득 머금은 채 섬 꼭대기에 붙어 있다

펄럭이는 도화지 너머로 메밀꽃* 하얗게 피어나고

통통배 한 척이 물방개처럼 떠돈다

 

비스듬히 누워 잠든 교문 앞에서

아침 햇살이 출석을 부른 듯

도리반 도리반거리고

빼곡 둘러선 동백나무 사이로

몰래 등교한 꼬마염소들은

운동장 가에 자란 잡풀만 옴폭옴폭 뜯어먹는다

 

어디선가 날아온 동박새 한 마리

얼룩진 나의 여백에 붓질하듯

혀끝으로 동백 꽃잎을 간질여댄다

교실 벽에 나붙은 사진 속 아이들이

창밖을 바라보며 까르르 웃는다

 

 

 

                     *메밀꽃 :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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