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조그만 예의/문성해

김욱진 2017. 12. 31. 15:23

             조그만 예의 

                문성해


새벽에 깨어 찐 고구마를 먹으며 생각한다


이 빨갛고 뾰족한 끝이 먼 어둠을 뚫고 횡단한 드릴이었다고

그 끝에 그만이 켤 수 있는 오 촉의 등이 있다고

이 팍팍하고 하얀 살이

검은 흙을 밀어내며 일군 누군가의 평생 살림이었다고


이것을 캐낸 자리의 깊은 우묵함과

뻥 뚫린 가슴과

술렁거리며 그 자리로 흘러내릴 흙들도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대책 없이 땅만 파내려가던 붉은 옹고집을

단숨에 불과 열로 익혀내는 건

어쩐지 좀 너무하다고


그래서 이것은

가슴을 퍽퍽 치고 먹어야 하는 게 조그만 예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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