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꼭지/문인수

김욱진 2018. 1. 23. 05:32

                           꼭지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여생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주전자 꼭다리 떨어져 나가듯 저, 어느 한 점 시간처럼 새 날아간다.


  ―시집 『배꼽』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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