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에 대한 단상
내 방 한 모퉁이 책상 위엔
한 열흘 전쯤 고향집에 가서 주워 온
모과 한 개 뎅그러니 놓여 있다
낯설이 해서 그런지 얼굴색이 노래지고
주근깨 같은 까만 점도 후벼 파주고 싶을 만큼 생겼다
그 단새 구멍 두어군데 숭숭 나있고 흠집도 눈에 확 띈다
나의 귀지 같은 더께 덕지덕지 앉은 구멍 속 한참 들여다본다
흠집은 암갈색으로 점점이 번지는 중이다
더군다나 몸통은 누군가 밀가루 반죽 짓이겨놓은 듯 울퉁불퉁하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는 그 모과
온 몸 쥐어짠 기름 반들반들 내뿜으며 웅숭깊은 향 풍긴다
아, 저 향수 속에서 나를 발견했다면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착각일까
못 생긴 인형처럼 앙증맞은 한 개구쟁이가
내 맘을 온통 다 파먹어들고 있다
-2018 달성문학 10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