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구리
파브르 곤충기 표지에 그려진 소똥구리가 되살아났다
개똥, 아니 소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던 소똥구리
그 소똥구리 한 마리에 백만 원 호가한다는 뉴스를 뜬금없이 들었다
구리구리 마구리 수구리사바하
허허, 내 머릿속엔 아직도 저 녀석들 수 백 마리가 살아 있는데
지금 내다 팔면 평생 먹고 살고도 남겠다
그나저나, 소똥구리 한 마리 몸값이 백만 원이면
소똥구리가 파먹고 산 소똥 값은 대체 얼마나 될꼬
거기다, 황금 같은 풀 뜯어먹고 똥을 싼 소 값은 또 얼마나 쳐줄꼬
소똥 냄새 맡은 소똥구리
수 십 리 밖 먼 길 데굴데굴 굴러와
머리끝에 달린 뿔로 소똥 굴을 파고들 무렵
소는 골목대장처럼 길 막고 서서
똥 몇 무더기 한 줄로 죽 더 싸 붙이고는
그놈들을 장난감처럼 요리조리 데리고 놀다
해질녘에야 집으로 돌려보내주곤 하더니만
그 소똥구리 몸값이 요로코롬 치솟을 줄 뉜들 알았겠나
대궐 같은 마구간에서 신토불이 콩에다
무공해까지 듬뿍 버무려넣고 구시게 쑨 여물죽
삼시세끼 맘껏 먹고 살던 소
어쩌다 감옥 같은 우리에 갇혀
항생 사료나 겨우 받아먹고 사는 꼴이 되었으니
이젠, 금값이 된 소똥구리 뒤꽁무니 졸졸 따라다니며
되려, 소가 소똥구리 싼 똥 싹싹 핥아먹고 살아야 할 판
세상만사 새옹지마라 하더니만
-2018 시문학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