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마을 가는 길
시인도 거절도 못할 21세기 문학 강연 초청을 받고
도리 없이 수도리 무섬마을 가는 길
소낙비 쏟아지는 차창을 내다보며
무섬에 대한 숨은 뜻 골똘히 상상해본다
산골짝에 무슨 섬마을이 있을 리 만무하고
없는 듯 있는 섬 같은 마을이라서 붙여진 이름일까
강물 뺑 둘러싼 마을이라고
뭍섬이라 그러다 혹처럼 딸린 ‘ㅌ’
거센 댐 물살에 떠밀려가고 무섬이 된 걸까
섬 아닌 뭍을 보고 무섬이라 불러
물이 저절로 돌아나간 걸까
아니면, 그냥 뭍에 폭 가린 섬 같잖은 마을일까
무섬이라 무섬…, 무섬만 자꾸 되뇌다 보니
흥겹게 들썩이는 노랫가락마저
나를 휘돌아 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물 도리도리 돌아나가는 수도리
외나무다리가 굽이굽이 휘어진
내성천 가로질러 건너고
담 너머로 어슴푸레 새어나오는
초가집 호롱불빛 섬섬히 와 닿는 저녁
연기는 굴뚝을 빠져나와
둥글 박 나뒹군 지붕 위로 무심히 사라진다
천상, 물 위에 떠있는 무섬이다
-2018시문학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