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58년 개띠

김욱진 2019. 1. 13. 09:44

58년 개띠

김욱진

 

 

계급장 떨어질락 말락 하는 58년 개띠

동갑내기 계모임 자리에서 

폭탄주가 계주하듯 몇 순배 돌고

오늘로 술술 소임을 다 마친 계주가 서운했던지

벌떡 일어나 마지막 건배를 한다며, '우리가' 그러자

걔들은 일제히 '축이다' 하고 짖어댔다

계파가 난무하는 세상

한 때, 나는 너의 축이었고

너는 나의 우리였다

나는 너를 주인처럼 섬겼고

너는 나를 종처럼 부려먹었다

나 속엔 늘 우리 속 개 한 마리 숨어 살고 있었다

내일 아침, 걔들이 없는 이 세상

조간신문 사회면 한 구석엔 

'각계각층에서 모인 개들은 몸부림쳤다' 라는 기사

개꼬리만하게 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는 여태 걔를 나라고 믿었고

걔는 나의 축이었다 

58년 개띠들은 우리의 한 축이었다

 

-2018 대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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