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김욱진
계급장 떨어질락 말락 하는 58년 개띠
동갑내기 계모임 자리에서
폭탄주가 계주하듯 몇 순배 돌고
오늘로 술술 소임을 다 마친 계주가 서운했던지
벌떡 일어나 마지막 건배를 한다며, '우리가' 그러자
걔들은 일제히 '축이다' 하고 짖어댔다
계파가 난무하는 세상
한 때, 나는 너의 축이었고
너는 나의 우리였다
나는 너를 주인처럼 섬겼고
너는 나를 종처럼 부려먹었다
나 속엔 늘 우리 속 개 한 마리 숨어 살고 있었다
내일 아침, 걔들이 없는 이 세상
조간신문 사회면 한 구석엔
'각계각층에서 모인 개들은 몸부림쳤다' 라는 기사
개꼬리만하게 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는 여태 걔를 나라고 믿었고
걔는 나의 축이었다
58년 개띠들은 우리의 한 축이었다
-2018 대구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