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무료급식소

김욱진 2019. 4. 7. 12:19

무료급식소

 

수성못 둑을 돌다 보면

둑 가에 죽 둘러서서 

새우깡을 새우처럼 방생하는 이들이 있다  

그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

눈치코치 없는 꼬맹이 물고기들도 다 안다 

온종일 북적이는 무료급식소 

새우깡 몇 물속으로 던져주면

금세 새우들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어디선가 그 냄새 맡고 몰려온 물고기들은

새우 한 마리 먼저 낚아채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개중엔

동네 건달 행세하며

떼 지어 몰려다니는 패거리족도 있고

새끼 입에 들어가는 새우

꼬리 깡 물고 뜯어먹는 얌체족도 있지만

그래도 부지기수는 

자식새끼 먹여 살릴 땟거리 구하려고

한평생 헤엄치며 돌아다닌 나 많은 물고기들 

물 한 모금으로 아침 때우고

오늘은 어딜 가서 밥값을 하나

허구한 날 고민했을 이상화 시비 앞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귀동냥만 실컷 하고 허기진 듯

물위로 힐끔 고개 내밀다   

찰칵, 착각

밥 때인 줄 알고 

소복 모여드는 수성못 둑 가 

 

-2019 사람의 문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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