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수성못 둑을 돌다 보면
둑 가에 죽 둘러서서
새우깡을 새우처럼 방생하는 이들이 있다
그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
눈치코치 없는 꼬맹이 물고기들도 다 안다
온종일 북적이는 무료급식소
새우깡 몇 물속으로 던져주면
금세 새우들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어디선가 그 냄새 맡고 몰려온 물고기들은
새우 한 마리 먼저 낚아채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개중엔
동네 건달 행세하며
떼 지어 몰려다니는 패거리족도 있고
새끼 입에 들어가는 새우
꼬리 깡 물고 뜯어먹는 얌체족도 있지만
그래도 부지기수는
자식새끼 먹여 살릴 땟거리 구하려고
한평생 헤엄치며 돌아다닌 나 많은 물고기들
물 한 모금으로 아침 때우고
오늘은 어딜 가서 밥값을 하나
허구한 날 고민했을 이상화 시비 앞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귀동냥만 실컷 하고 허기진 듯
물위로 힐끔 고개 내밀다
찰칵, 착각
밥 때인 줄 알고
소복 모여드는 수성못 둑 가
-2019 사람의 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