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김욱진 2019. 8. 20. 21:34

 

편을 갈라 화투를 치다 보면

패가 잘 풀리는 사람과 한 편이 되는 날은

이 눈치 저 눈치 볼 것 없이

그저 푹 무질고 앉아 싸 붙이고는 엉덩이만 들썩여도

돈이 절로 굴러 들어온다

 

패라는 게 그렇다

꽃놀이패에 걸려

패싸움을 하다가도

팻감이 없으면

한 방에 폐가망신 해버리기도 하고

 

패거리도 그렇다

얼씬 보기엔 반상 최대의 패처럼 보여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 패거리 저 패거리 기웃거려 보는 거다

별 밑천 없이 들락날락하기도 편하고

급할 시는 그 패를 마패처럼 내밀어

은근슬쩍 방패막이로 써먹기도 하고

 

팻감이 궁할 땐

이 패에서 저 패로

저 패에서 이 패로

철새처럼 줄줄이 옮겨 다니면서

늘상 화기애애한 척

돌돌 뭉쳐 돌아다니며 놀고먹기엔 딱 그저 그만이다

패가 폐가 되는 줄도 모르고 

거리가 난무하는 세상  

 

한 구석엔

패도 패거리도 아닌 부패가 암암리 도사리고 있어

나는 일찌감치 문패조차 내걸지 않았다

 

-시인 뉴스 포엠 2020.7

-대구문학 2019.8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녀석  (0) 2019.09.22
참꽃  (0) 2019.09.22
줄 타령  (0) 2019.04.07
무료급식소  (0) 2019.04.07
씨/시, 앗!  (0) 20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