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타령
줄로 줄로 암암리에 취직을 쉽사리 하고 했던 시절
못자리할 새끼줄 꼬고 앉아
이놈의 팔자
줄이란 줄은 다 어딜 가고
배배 꼬이는 새끼줄만 한 마당
뱀 꼬리처럼 착 달라붙는다며
구시렁구시렁 줄 타령해본 적 있다
아랍어학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아들 녀석
튀니지까지 가서 3년 남짓 아랍어 공부하고 돌아와
지 딴엔 아랍인 뺨치듯 줄줄 말한다며
아랍어 써먹는 곳이면 어디든 다 원서 내놓고
큰소리 뻥뻥 치며 줄불나게 돌아다니더니
3차 면접만 가면 줄줄이 떨어지고 오지 뭔가
허 참, 그놈의 줄이 뭔지
TV 채널 돌리다 보면
고관대작 줄로 줄로 자식 취업시켰다 들킨 뉴스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시국이 어찌 좀 수상하다, 수상하다 그러고 있던 참
처마 밑 의뭉스런 왕거미 한 마리
공중에서 줄을 타고 쏜살같이 낙하하더니
곧바로 따라온 새끼 거미 일자리 은근슬쩍 마련해주고는
줄 없는 척하며 제자리로 쉬 돌아가지 뭔가
저 봐라, 줄 있는 놈은
아직도 지 새끼 취직쯤이야
식은 죽 먹듯 뚝딱 시켜버린다니까
-2019 사람의 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