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타향살이

김욱진 2010. 5. 21. 20:29

      타향살이

 

 

 

지난겨울

남도 어느 섬에서

내 뜰 한구석으로 이사와

어른스레 정붙이고 사는

아기 동백나무 한 그루

 

춘삼월이 봄인 줄 알고

앳된 눈 살몃 내밀며

고향 생각던 날 밤

때 아닌 폭설이 퍼부었다

 

겨우내 웅크린

그리움마저

꽁꽁 얼어붙은 새벽녘

 

누군가

낯선

눈길 틔워주고 간다

 

겨우 눈뜬

어린 동백나무가

엄마 손가락 닮은

새 발자국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른 봄날 아침

 

 

 

 

'♧...비슬산 사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미  (0) 2010.05.21
12월  (0) 2010.05.21
감시카메라 작동 중  (0) 2010.05.21
봄나들이  (0) 2010.05.21
비둘기 주례를 서다  (0)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