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그토록 /강해림

김욱진 2019. 12. 24. 07:57

그토록

강해림

               

  임종을 앞두고 끝내 말문을 닫은 엄마의 눈빛은 깊고 완강했는데, 아무도 들일 없는 헛간처럼

 

  세상에 적도 없고, 오지 않을 슬픔도 슬픔이어서

 

  오랜 세월 지하생활자였던 매미는 죽기 전에 짝짓기를 하려고 그토록 그악스럽게 울어대더니

 

  어떤 형상이 누런 자루 같다 붉기가 빨간 불꽃같고, 얼굴이 없다 다시, 산해경을 읽는 밤이면 신의 영역, 인간의 영역이 따로 없다 당신도 나도 반인반수다

    

  그러니까, 그날 안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독사라고 말하지 마라 고독이란 결코 공개될 없는

 

  비좁아터진 닭장 속에 갇혀서도 닭들은 먹고 자고 배설하고 알을 낳고 서로 피터지게 싸우기도 했는데

 

  엉덩이 종기에 입을 대고 빨아도 새끼 더러운 몰랐지 골병들어도 모르고 등골 빼먹어도 모르고

 

  바퀴벌레란 놈은 대가리가 잘려나가도 스스로 신경을 차단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지 사랑을 잃고, 온몸에 가시가 돋았는데

 

  통점과 통점이, 서로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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