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의자 / 이정록

김욱진 2019. 12. 27. 16:04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과 부모 사이 / 고창영  (0) 2020.01.07
아무 일 없는 것처럼 / 박금선  (0) 2020.01.02
야채가게에 갑니다 나는 / 변희수  (0) 2019.12.24
그토록 /강해림  (0) 2019.12.24
얼룩말 /서영처  (0) 2019.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