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옛집
달포 전 새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옛집으로 자꾸 발길이 가닿는 이유는
20여 년간 손때 묻은
문고리가 아직 나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지방 틈에서 세 들어 사는
잔 개미들이 이사를 가지 못한 속사정도 궁금하지만
간통죄 누명 덮어쓰고 담벼락 한 모퉁이 글썽거리고 있을
담쟁이넝쿨의 눈망울이 자꾸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한여름 밤 아들놈 기타 연주소리에
깜빡 깜빡거리던 반딧불이의 춤사위와
내 곁에서 몇 날밤 지새고 간
늦가을 귀뚜리 울음소리쯤이야 시나브로 잊힌다 하더라도
주워다 심은 석류나무 한 그루가
나를 주인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소하고 부끄러운 것들보다 더 절박한 이유는
비슬산 사계 고스란히 녹아든
내 자식 놈들의 고향 집이 머잖아
테크노폴리스 제물로 바쳐지기 때문입니다
(2010 시문학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