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그리운 옛집

김욱진 2010. 12. 4. 23:03

                그리운 옛집

 

 

 

 

 

 

 

달포 전 새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옛집으로 자꾸 발길이 가닿는 이유는

20여 년간 손때 묻은

문고리가 아직 나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지방 틈에서 세 들어 사는

잔 개미들이 이사를 가지 못한 속사정도 궁금하지만

간통죄 누명 덮어쓰고 담벼락 한 모퉁이 글썽거리고 있을

담쟁이넝쿨의 눈망울이 자꾸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한여름 밤 아들놈 기타 연주소리에

깜빡 깜빡거리던 반딧불이의 춤사위와

내 곁에서 몇 날밤 지새고 간

늦가을 귀뚜리 울음소리쯤이야 시나브로 잊힌다 하더라도

 

    주워다 심은 석류나무 한 그루가

    나를 주인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소하고 부끄러운 것들보다 더 절박한 이유는

비슬산 사계 고스란히 녹아든

내 자식 놈들의 고향 집이 머잖아

테크노폴리스 제물로 바쳐지기 때문입니다

 

 

 

        (2010 시문학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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