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어머니 독에 갇혀 우시네 / 유홍준

김욱진 2020. 10. 19. 20:01

어머니 독에 갇혀 우시네

유홍준

 


어머니 커다란 독에 갇혀 우시네

엉덩이가 펑퍼짐한 어머니

텅 빈 독 속에 갇혀 우시네

또아리 틀고 들어앉아 우시네

 

자식을 일곱이나 낳은 어머니

아랫배가 훌쭉한 어머니

배암으로 우시네

두꺼비로 우시네

마른 바람의 혓바닥으로 우시네

 

텅 텅 독을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텅 텅 텅 텅 빈 독 두드리며 우시네

속절없이 먼 하늘 바라보며 우시네

 

일흔 살 어머니 두드리면

댕그랑 댕그랑 맑은 울음 울리는 빈 독

나, 손마디로 두드리며 묻네

 

간장 같은 된장 같은 어머니, 거기 계셔요?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 외 1편 / 오탁번  (0) 2020.10.20
설날 아침 외 2편 /오탁번  (0) 2020.10.20
법주사 / 안상학  (0) 2020.10.19
지평선 외 2편 / 유홍준  (0) 2020.10.17
지평선 외 2편 / 유홍준  (0) 2020.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