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갈현동 470-1 골목 / 이승희

김욱진 2020. 10. 24. 07:51

갈현동 470-1 골목

이 승 희

 

 

어둠을 이해하는 건 불빛이다. 그래서 밤새 빛으로 남을 수 있는 거다. 저녁 불빛을 보면 안다. 어떤 사랑도 저보다 아름다운 스밈일 수는 없다.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밝아지는 이유들. 불빛이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걸 굳이 화해라고, 용서라고 표현할 일이 아니다. 빛 속에서 어둠이 만져지거나, 어둠 속에서 빛이 만져지는 건 다 그런 이유이다.

 

늙은 불빛 한 점

물처럼 오랜 물길을 흘러 집의 지붕을 적시고

사람의 집은 이제 물방울 같은 불빛 하나하나로 도랑을 이루며 흘러간다.

 

서둘러 불을 켜는 사람을 보면 눈물 나게 고맙다.

 

 

 -시와 사람 200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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