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노모 일기․8

김욱진 2020. 10. 27. 13:12

노모 일기․8

 

 

2020년 4월 13일

온 가족 함께 고향 다녀온 그담 날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 구천302호로

이사를 했다, 어머니랑

손 한번이라도 더 잡아보려고

눈빛 한번이라도 더 마주치려고

말 한마디라도 더 들어보려고

젖 한번이라도 더 만져보려고

서걱거리는 등 한번이라도 더 긁어주려고

무뎌진 손톱발톱 한번이라도 더 깎아주려고

바람 숭숭 드나드는 무릎 한번이라도 더 주물러주려고

쩍쩍 갈라진 발바닥 한번이라도 더 간질여보려고

바짝바짝 말라드는 입술 한번이라도 더 축여주려고

하얀 머리칼 한번이라도 더 빗어주려고

이 다 빠져 합죽해진 미소 한번이라도 더 담아두려고

엄마 냄새 한번이라도 더 맡아보려고

이승에서

한 순간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 문득 스쳐 가는 밤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는 거 보려고

염소 똥 같은 똥이라도 한 알 쏙 빠지는 거 보려고

밥알처럼 뚝뚝 떨어지는 링거 수액 간절히 세며

구순 노구 곁을 한시도 떠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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