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노모 일기․11

김욱진 2020. 10. 27. 13:09

노모 일기․11

 

 

망백의 나를 잡수신 노모

여태 밥심 하나로 무병하셨는데

달포 전 밥줄이 뚝, 끊겼다

십이지장 위장 소장 대장까지

암암리에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는 긴급 전언이다

양팔엔 링거 줄 주렁주렁 매달렸고

코에는 산소호흡기 줄 꽂혔다

똥줄 타는 어머니

오직 남은 줄은

핏물 줄줄 새 나오는 오줌 줄 하나뿐

아야, 아야!

나, 이를 줄 알았으면

진작에 덜 먹고 덜 싸고

너그들 애 덜 먹일낀데……

급기야, 어머니는

얽히고설킨 줄 하나둘 끊기로 마음을 잡수셨는지

인연 닿은 사람들 일일이 전화해서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만 연거푸 하시고

아야, 아야…… 이게 다 빚이야, 빚

몸뚱어리 꽂힌 줄마저 다 빼야겠다는 무언의 눈빛

말씀은 그래도, 정신 줄 하나만은 놓지 않고 계신 어머니

이보다 더 질긴 명줄이 또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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