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일기․11
망백의 나를 잡수신 노모
여태 밥심 하나로 무병하셨는데
달포 전 밥줄이 뚝, 끊겼다
십이지장 위장 소장 대장까지
암암리에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는 긴급 전언이다
양팔엔 링거 줄 주렁주렁 매달렸고
코에는 산소호흡기 줄 꽂혔다
똥줄 타는 어머니
오직 남은 줄은
핏물 줄줄 새 나오는 오줌 줄 하나뿐
아야, 아야!
나, 이를 줄 알았으면
진작에 덜 먹고 덜 싸고
너그들 애 덜 먹일낀데……
급기야, 어머니는
얽히고설킨 줄 하나둘 끊기로 마음을 잡수셨는지
인연 닿은 사람들 일일이 전화해서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만 연거푸 하시고
아야, 아야…… 이게 다 빚이야, 빚
몸뚱어리 꽂힌 줄마저 다 빼야겠다는 무언의 눈빛
말씀은 그래도, 정신 줄 하나만은 놓지 않고 계신 어머니
이보다 더 질긴 명줄이 또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