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일기․14
김욱진
내 걱정 하지 마라
너그 잘 지내면 나도 잘 있다
밤낮 내 걱정 마라, 는 말만
입에 달고 계시던 어머니
말문을 닫고도
내 걱정 마라, 는 눈길 틔워두시더니
화장장 도착해서도
내 걱정 마라, 는 말씀만 들렸습니다
화장장 불 지폈다는 빨간불 신호가 들어오는 순간까지
어머니는 오매불망
내 걱정 하지 마라
너그 잘 지내면 나도 잘 있다
고 말씀, 고대로 타들었습니다
내 걱정 하지 마라
지수화풍으로 돌아갔습니다
너그 잘 지내면 나도 잘 있다
한 줌 재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세상
불살개가 되신 어머니
갑작스레 군불 지펴 죄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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