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노모 일기․14

김욱진 2020. 10. 27. 13:07

노모 일기․14

김욱진

 

 

내 걱정 하지 마라

너그 잘 지내면 나도 잘 있다

밤낮 내 걱정 마라, 는 말만

입에 달고 계시던 어머니

말문을 닫고도

내 걱정 마라, 는 눈길 틔워두시더니

화장장 도착해서도

내 걱정 마라, 는 말씀만 들렸습니다

화장장 불 지폈다는 빨간불 신호가 들어오는 순간까지

어머니는 오매불망

내 걱정 하지 마라

너그 잘 지내면 나도 잘 있다

고 말씀, 고대로 타들었습니다

내 걱정 하지 마라

지수화풍으로 돌아갔습니다

너그 잘 지내면 나도 잘 있다

한 줌 재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세상

불살개가 되신 어머니

갑작스레 군불 지펴 죄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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