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일기․15
엄니, 여기는 아직 코로나로
입마개를 하고 살아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까지 생겨나면서
이승저승간 거리는 눈 깜빡할 만큼 가까워졌어요
엄니,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 입원하기 전
현풍 백년 도깨비시장 안에 있는 달성군보건소 가서
콧구녕에 갸름한 면봉 줄줄 밀어 넣고
코로난가 뭔가 하는 검사 받으셨잖아요
엄니, 저승 문 들어설 때
거기서는 코로나 검사하지 않던가요
코로나 퍼뜨린 대구 신천지 근처서 이사 왔다고
다시 대한민국 땅으로 돌아가라, 그러지 않던가요
엄니, 백일상 차렸어요
또 어디선가 옹알이하고 있을 젖먹이
젖 한 통 물려줄 요량으로
살아생전 즐겨 드시던 두유 빨대 꽂아
손주들 백날 사진 곁에 놔두고
문득, 나는
코로나가 뭔 줄도 모르고
지난 봄 온 들판 돌아다니며
냉이 쑥 돈나물 캐서 보내주시던 엄니
백일 잔칫상 착각, 찰깍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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