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일기·12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 입원한 지 보름째
몸은 야윌 대로 야위어도 정신은 아직 초롱같이 맑아
기저귀에 오줌을 싼다는 거
남 보는 앞에서 소변을 본다는 거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구순 노모
자신의 치부 다 드러내고 싶잖은 마지막 몸부림일 게다
반은 눕고 반은 앉아서
두 손으로 밀고 두 발로 당기고
온몸을 뒤틀며 어기적어기적
흡사 게 한 마리 언덕배기서 굴러 내려오는 거 같다
열 걸음도 채 안 되는 화장실을 향해
수백 걸음도 더 되는 게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떼는 게
저승 가는 길보다 더 멀고 힘겹게 느껴졌으리
천근만근도 더 되는 노구를 끌고
화장실 문턱 넘어설 무렵
게는 휘청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변기통 덥석 잡고
두 다리 부르르 떨며
좌변기 위에다 엉덩이 불쑥 앉혔다
눈 한번 찔끔 감고
안도의 숨 길게 내쉬며
쉬…,,,…,,,
바짓가랑이 사이로 불그스름한 핏물 흥건히 번졌다
이 세상 와서 초경 맞을 때도 저러했으리
게는
쉬, 한 번 겨우 하고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이승으로 돌아올 짐 황급히 꾸리고 있었다
저게 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