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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진의 시는 시의 아름다움이 삶에 든든히 기반을 둔 자기 성찰에서 오는 것임을 얘기해 주고 있다. 누에씨에서 보여주는 시상 전개는 실로 놀랍다. [알→누에→번데기→나방]에서 다시 알로 거듭나는 일련의 윤회 과정을 통해 여기, 지금, 나는 누구인가를 부단히 묻고 있다. “나/방이었다”고 했지만, 그 방 안에는 실상 나도 없고 나방도 없다. 이처럼 김욱진의 시는 깊은 불교적 사유에 연유한 ‘생활 세계의 시학’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그의 시들은 시적 언어의 소박하고 진솔한 표현을 보여준다. 이 소박함이 김욱진 시인의 시들의 힘이고 시인의 시적 역량의 요체이다. 그것은 생활 속에 뿌리를 둔 삶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힘이다. 시작과 끝이 하나로 닿아 있는 불교적 ‘생활 속에 뿌리내린 언어의 힘’에서 나오는 김욱진의 시 세계는 넓고도 웅숭깊다. 이것이 이 시집의 시작이고 끝이다. (황정산 ·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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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두疑頭로 들고 나오면서도 김욱진의 시는 크게 무겁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으며 해학과 기지機智가 넘친다. 경험의 디테일에 기반한 그의 시는 단숨에 읽어 내려가다가도 주저하게 되는 것은 이완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그만의 의도와 행간의 의미 때문이다.“덧널에 호롱불이 꺼”지고 나면 경계는 사라진다. 씨는 시의 정체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무릎과 콩팥으로 쓴 씨의 시는 걸림과 막힘이 없다. 대상을 휘감거나 일거에 메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언롱言弄과 자재自在한 모습은 환력을 넘기고서다. 노모를 잃고 천길 벼랑 끝에 선 시인은 이제“한겨울 밭모퉁이(에) 엉거주춤 서 있는 바람”처럼, 바람 든 무처럼 무의 마음과 눈을 생각한다. (김상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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