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김욱진 2020. 11. 8. 21:02

 

 

해 저물녘
칠성시장 한 모퉁이 노점에서
한평생 파만 몇 줄 놓고 파는 노파
한 뿌리 대여섯 닢 나와 두 줄로 자란 파
땅심으로 겨우 보았다

 

무슨 파냐고 묻기도 난감하고

거기, 오갈 데 없는 노파심 불러

파절이할 파나 한 단 사자고 그럴까

금세 갈래갈래 쪼개지는 파

 

긴 원기둥 모양의 관처럼

속이 텅 빈, 평활한 잎이다

끄트머리는 뾰족하게 닫혀 있고

아랫도리는 돌레돌레 감싼 잎집이다

 

녹색 바탕에 흰빛이 돌고

끈적끈적한 점성이

한파 속 쩍쩍 갈라진 틈새를 보듬어주고 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그저, 올곧게 제자리 지키며

늘 푸른 세상 꿈꾸는 노파

 

어디, 저런

대쪽 같은 파 한 뿌리 없을까

'♧...수상한 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찍혔다, 고로 존재한다  (0) 2020.11.08
  (0) 2020.11.08
수상한 시국·1-코로나19  (0) 2020.11.08
수상한 시국·2  (0) 2020.11.08
수상한 시국‧3-밥값  (0) 202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