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해 저물녘
칠성시장 한 모퉁이 노점에서
한평생 파만 몇 줄 놓고 파는 노파
한 뿌리 대여섯 닢 나와 두 줄로 자란 파
땅심으로 겨우 보았다
무슨 파냐고 묻기도 난감하고
거기, 오갈 데 없는 노파심 불러
파절이할 파나 한 단 사자고 그럴까
금세 갈래갈래 쪼개지는 파
긴 원기둥 모양의 관처럼
속이 텅 빈, 평활한 잎이다
끄트머리는 뾰족하게 닫혀 있고
아랫도리는 돌레돌레 감싼 잎집이다
녹색 바탕에 흰빛이 돌고
끈적끈적한 점성이
한파 속 쩍쩍 갈라진 틈새를 보듬어주고 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그저, 올곧게 제자리 지키며
늘 푸른 세상 꿈꾸는 노파
어디, 저런
대쪽 같은 파 한 뿌리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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