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1
-코로나19
정체불명의 능력자다
그는 사교적이고 때로는 치밀하고 대범하다
흡사 신종 다단계 회사를 차린 유령 같다
치고 빠지는 수법이 신출귀몰하다
눈 깜짝할 사이 훔치고 이간질하고
아무 데나 달라붙어 떼쓰고 시비 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기꾼 같다
어눌한 척하면서 할 말은 다 하고
수줍은 척하면서 할 짓은 다 하는
반갑잖은 손님이다
말이란 말에는 다 끼어들고
소문이란 소문은 다 퍼뜨리는
슈퍼 바이러스 전파자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객기를 부리나 싶다가도
밥 먹을 때나 차를 타고 달릴 때나
혼자 있을 때나 여럿 있을 때나
심지어 정신병동까지 스며드는 걸 보면
인간시장 간 보러 온 염탐꾼 같다
출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나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마스크 사러 약국 앞 줄 서 있다가도
그의 보이지 않는 손을 덥석 잡는다
금세 나는 숙주, 그는 바이러스
나와 그의 거리는 한 호흡 사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 그곳
허깨비처럼 끄달려 돌아다니는
그곳에서 나는 그를 보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그가 언제, 어디서, 무엇 하러, 왜,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물어볼 겨를조차 없다
생과 사 사이, 나는 숨바꼭질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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