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수상한 시국‧3-밥값

김욱진 2020. 11. 8. 21:00

수상한 시국‧3

-밥값

 

 

동계 방학 자가 연수 중

코로난가 뭔가 불쑥 찾아와

현관 문고리 잡고 가는 바람에

우리 부부 자가 격리 중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먼

그러잖아도 각방거처 선언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눈칫밥 한 그릇 얻어먹고 살기도 쉽잖은 팔자인지

눈만 뜨면 손 씻고 입마개하고

한 끼 먹은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

각자 설거지하고 소독하고

화장실 드나들 땐

변기 거울 빚 갚듯 반질반질 다 닦아 줘야 하고

온종일 건네는 말이라고는 밥 먹자, 라는 한 마디

그마저도 눈치 보며 주고받는 일상

지금, 여기, 나는

자가 수양 중이다

자가, 누구인지

자가, 왜 여기 머물고 있는지

자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 혼자 조용히 묻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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