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이별하는 새 / 마종기

김욱진 2020. 11. 30. 09:06

이별하는 새

마종기

 

 

그럼 잘 가요.
가다가 길 잃지 말고
여린 영혼은 조심히 안고
가야 할 곳 잊지 말고
조심해 가요.

길을 잃고 회오리 속을 헤매며
어디로 가야 할지 당황하다가
나는 눈물까지 흘린 적이 있었다.
먼지만 차 있던 도심의 하늘에서는
눈을 떠도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어깨를 누르던 창백한 날갯짓도
아무도 비상의 낭만이라 부르지 않았다.
통증을 참던 사이에 길들은 떠나고
가고 싶은 마을은 이미 문을 닫았다.

죽었다 살았다 하는 미망 때문인지
변화무쌍한 한밤의 별에 취해서인지
앞뒤로 찾으며 날아다닌 방탕한 날들이
바로 살아 있는 생의 흔적이란 것을
나는 오래 모르고 비웃기만 했었다.

어느 인연 아래서건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우선 영혼끼리 인사를 나누고
내 숨소리가 편하게 당신께 가는지,
당신의 체온이 긴 다리를 건너
내게 쉽게 오는지도 지켜보아야겠지.

그럼 잘 가요.
가는 여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부디 아무 상처받지 않기를,
모쪼록 돌아가는 당신의 길이
늘 빛나고 정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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