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루에 대하여
이상국
지난 해 봄 시집을 묶으며
몸을 전부 비웠는데
아직 시가 남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때 그가 찾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에게 속을 다 내보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거나
어쩌다 저 맘에 드는 생각을 해내고는
길 가다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생은
날마다 상처를 밀치고 올라오는 새살 같은데
나의 시는 남루와 같아서
어느 날 깊은 산속에 데리고 가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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