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이산하
어릴 적 새벽마다 옆집의 달걀을 몰래 훔쳐 먹었다.
어른들이 이빨에 톡톡 쳐서 먹는 게 너무 멋있어서
나도 계속 훔쳐서 흉내를 냈다....
1주일 후 옆집 아저씨가 알도 못 낳는 게
모이만 축낸다는 이유로 암탉을 잡아 삶았다.
우리 집에도 맛보라며 삼계탕 한 그릇을 가져왔다.
아버지가 장남이 먹어야 한다며 나한테 주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난 삼계탕을 먹은 적이 없다.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한 누명으로 목숨을 잃은
50년 전의 암탉에게 용서를 빈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0) | 2021.06.09 |
---|---|
미완이다 / 문인수 (0) | 2021.06.09 |
남루에 대하여 / 이상국 (0) | 2021.06.03 |
물의 이데아 / 이진엽 (0) | 2021.05.31 |
나무도 꿈꾼다 / 이종대 (0) | 202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