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꿈꾼다
이종대
나무도 분명
걷고 싶을 때 있는 것 같다
걷고 걸어서 좀 더 트인 곳으로
탈출하듯 달려가고 싶은 것 같다
그러기에 발가락 꿈틀거려
두터운 흙더미 밀쳐내며
조금씩 지평을 넓혀가지 않는가
걷고 싶기에
보도블록도 지긋이 들어 올리고
근육질 허벅지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
나무도 분명
날고 싶은 때 있는 것이다
날고 날아서 높은 곳
더 잘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에 가지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제 몸통 밀어 올리지 않는가
제 살 내어주며 키운 새들을
저렇게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게 아닌가
나무도 걷고 뛰고 날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돌 틈 비집어 뿌리 길게 내리고
태양 향해 손 길게 뻗으며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진천에서 보이는 잣나무가
서울에서도 보이고 평양에서도 보이는 것이다
그러기에 청주 우암산에서 보이는 소나무가
강원도 산속에도 보이고 백두산 오르는 길에도 보이는 것이다
나무도 걷고 뛰고 날고 싶은 것이다
분명 꿈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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