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남루에 대하여 / 이상국

김욱진 2021. 6. 3. 07:19

남루에 대하여

이상국

 

 

지난 해 봄 시집을 묶으며

몸을 전부 비웠는데

아직 시가 남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때 그가 찾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에게 속을 다 내보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거나

어쩌다 저 맘에 드는 생각을 해내고는

길 가다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생은

날마다 상처를 밀치고 올라오는 새살 같은데

나의 시는 남루와 같아서

어느 날 깊은 산속에 데리고 가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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