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선운사 동백나무

김욱진 2010. 5. 21. 20:46

           선운사 동백나무

 

 

 

 

지난겨울 어느 날 새벽

지장성지 도솔암* 법당에서

백 여덟 번 넙죽 절을 하고

무심히 외길 따라 내려오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우연히 눈 마주친 선운사 동백나무

 

대웅보전 뒤뜰에서

묵언정진 중인 저 나무들도

이곳에 뿌리내리기 전까지는

나처럼 한낱

바람기 많은 중생이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동박새라도 한 마리 날아와

입술 살몃 닿는 날이면

나무는 혓바닥 길게 내밀며

밤새 몸부림쳤을 터

 

머잖아, 뜬구름 둥지 부수고

세상 밖으로 걸어나와

꽃말 전할 그대들의

무심법문 듣고 싶다

 

 

 

*도솔암 : 고창 선운사의 귀속 암자

 

 

 

 

 

'♧...비슬산 사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등연지에서  (0) 2010.05.21
인연  (0) 2010.05.21
가을 죽비  (0) 2010.05.21
둥지  (0) 2010.05.21
산다는 것은  (0)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