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연지*에서
연잎에 기댄 개구리들이
가랑이 새로 초승달을 낳는다
와글와글 야단법석이다
천지간 탯줄 끊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목마른 영혼들을 어루만지는
염불소리 같기도 하다
어언, 무언의 소리로 스며들었다
연蓮봉오리에 걸터앉은
아기부처의 눈썹 가로
염화미소 번지는 순간,
어디선가 모여든 운수납자들이
저마다 익힌 몸짓으로 선禪문답을 한다
못 둑 가 저만치
똬리 틀고 앉은 능구렁이 앞에
깨금발 딛고 선 고양이가
숨죽인 채 무슨 궁리를 하듯
청둥오리는 반딧불이 등에 업고
빈 배처럼 떠돈다
수양버들가지 아래 우두커니 서 있는
내 그림자, 방석처럼 깔고 앉아
선정禪定에 든 두꺼비 한 마리
전생의 훈습薰習*이 되살아난 듯
밤 이슥토록 묵묵부답이다
누가, 보름달을 보았나
*柳等蓮池 : 경북 청도군 화양읍 토평리에 소재한 연못으로, 해마다 7월을
전후한 시기가 되면 紅蓮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룸.
*훈습 : 불법을 들어서 마음을 닦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