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몇 해 전
때 아닌 폭설이 내린 어느 봄날 오후
학교 간 아들놈 마중 갔다 돌아오는 길에
경운기 바퀴자국 꽉 물고
떨며 누워 있는 어린 나무 한 그루 만났지
어디론가 실려가다
먼 산을 보았는지, 그만
미끄러져 만신창이가 된 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이었어
저 홀로
험한 세상 헤치며 사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성도 이름도 모르는 그 놈의 뿌리만 믿고
내 뜰 한구석을 비워주었지
상냥한 햇살에 기대어
졸기만 하던 그 놈은
꿈속에서
‘내가 누구냐’고 외쳐댔어
부러진 뼈마디에 피가 돌고
속살 가득 차오르는 순간까지
꼬박 삼 년이 지나서야
말문을 연 듯
어디선가 날아온
벌 나비 떼와 입맞춤하였어
올 가을엔
석류나무 마음자리 한구석에
내가 세들어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