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잡기
조온윤
천사는 언제나 맨발이라서
젖은 땅에는 함부로 발을 딛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는 특히 더
그렇게 믿었던 나는 찬 돌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언 땅 위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골몰했다
매일 빠짐없이 햇볕 쬐기
근면하고 성실하기
버스에 승차할 땐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걸을 땐 벨을 누르지 않아도 열리는 마음이 되며
도무지 인간적이지 않은 감정으로
인간을 위할 줄도 아는 것
혹은
자기희생
거기까지 가닿을 순 없더라도
내가 믿는 신이
넘어지는 나를 붙잡아줄 것처럼
눈 감고 길 걸어보기
헛디디게 되더라도
누구의 탓이라고도 생각 않기……
그런데
새벽에 비가 왔었나요?
눈을 떠보니 곁에는 낯선 사람들이 있고
겨드랑이가 따뜻했던 이유는
그들의 손이 거기 있었기 때문
나는 그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랜 동면 끝에 지구로 돌아온
우주비행사처럼 묻는다
광적응이 덜 끝난 두 눈에
표정은 안 보이고
고개만 휘휘 젓는다
가끔씩
나는 나의 고도가 헷갈리고
사람들도 몰래
사람들의 발이
젖어 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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