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폭력
이소연
아무 데서나 펼쳐지는 초록을 지날 때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떤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지
초록은 왜 허락 없이 돋아나는가
귀가 없으므로
초록은 명령한다
초록은 힘이 세다
초록에 동의한 적 없습니다
초록을 거절합니다
초록이 싫습니다
합의하의 초록이 아닙니다
"문란하구나"
누구에게 하는 말입니까?
"초록을 싫어하는 인간은 없다"
나를 떠메고 가는 바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오후
웃음을 열었다가 닫는다
툭, 불거지는 질문처럼
아, 내가 지나치게 피를 많이 가지고 있었구나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2020 걷는사람)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비꽃 머리핀 / 공광규 (0) | 2022.05.05 |
---|---|
시인의 재산 / 최서림 (0) | 2022.05.02 |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 이규리 (0) | 2022.04.22 |
중심 잡기 / 조온윤 (0) | 2022.04.21 |
묵시 / 조온윤 (0) | 202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