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도반道伴

김욱진 2022. 4. 28. 13:20

도반道伴

 

  

  

저녁 공양 마친 개 한 마리가

방선放禪하듯 절집 마당을 빙빙 돌고 있다

너덕너덕 기운 옷 걸친 노스님이

혓바닥 길게 내민 견공의 목줄을 잡고

묵정밭 매듯 무심히 따라 돌고 있다

연못 속에 우두커니 물구나무선

내 가랑이 새로 길을 낸 물고기들이

바깥세상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

법당 앞 반석 위에 쪼그리고 앉은

밤 고양이의 눈빛 휘돌아나가는

보름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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