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聖所
강문숙
아픔 없는 인생 없다
상처 없는 삶이 없다, 나는
시의 입을 빌려 말했지
병도 나의 스승이었고
꽃은 저 나무의 상처라고
가만히 고개 숙여 나를 위로했지
가시의 나중이 장미였거나
처음부터 가시였던 장미이거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혹은, 참을 수 없이 무거운 목숨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고 할 때
그 간절함으로 장미가 핀다는 걸
오래된 저 담장만이 알고 있지
가시를 껴안았더니 장미꽃이 피었구나
울고 있는데
가시관을 쓴 그의 이마에 흐르는 피
나를 들어 올린다
장미를 받아 적는 저 담장에
잠언처럼 가시가 박히는
붉은 정오의 聖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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