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김욱진
엄니 살아생전
우리 집은 손이 귀하다고 늘 그러시며
고양이들만 찾아와도 손주 본 듯 반갑게
이밥에다 멸치 동가리 몇 얹어
봉당에 놓아두고 그러셨는데
엄니 떠난 그 집엔, 어느새
고양이 3대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주인 노릇하면서
간간이 돌아다니는 생쥐도 잡고
이 골목 저 골목 땟거리 구하러 다니다가도
큰 볼일 작은 볼일 볼 때면
우리 집 텃밭으로 쫓아와 엉덩이 넙죽 까발리고
거름 주듯 똥 누고 언저리 흙 긁어 덮고
물 주듯 오줌 누고, 그 기운에
고추는 주렁주렁
가지는 반들반들
방울토마토는 올망졸망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그러다가도 가끔 나만 찾아가면
고양이 여섯 마리
마당 한복판 오도카니 둘러앉아
입맛 쪽쪽 다신다
엄니 생각에
계란노른자 후라이해서 하나씩 던져주면
손주 녀석들은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우물우물 씹다 뱉어놓은 할미 것까지
싹싹 다 주워 먹는다
어미는 그게 못마땅했던지
눈 부릅뜨고 노려보다 고개 돌리고
할미는 먹은 둥 마는 둥
먼 산만 멍하니 바라보고
이 소문이 삽시간에 온 동네 좍 퍼졌다
허기진 길고양이들 하나 둘씩
우리 집으로 모여들었다
(2023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