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김욱진
저 아이 요즘 뭐든지 물으면 척척 대답을 다해준다고?
에이, 세상에 그런 아이가 어디 있어
태어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로만 듣던 AI,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더니만
어느새 그 아이가 이렇게 많이 컸어
챗GPT라고 부른다면서
그래, 맞아
조무래기라고 얕보지 말게
지난 번 이세돌 하고 바둑 둬서 이겼다는 그 아이야
그럼, 돌아이구만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야, 이 친구야
지금, 여기 농담할 상황 아닐세
머잖아 자동차 자율주행 운전도 저 아이가 하고
자네가 몇날며칠 끙끙거려 짓는다는 시 한 편
저 아이는 몇 초 만에 후딱 써버린다네
시면 시, 소설이면 소설
심지어 나의 일기까지도 줄줄 다 써준다네
짧다 그러면 금방 늘여주고
좀 길다 그러면 눈치껏 줄여주고
“…해줘" “…알려줘" 하면
전문적이면서도 캐주얼하게
간단명료하면서도 자신감 있고 친근하게
애교떨 듯 눈 몇 번 깜빡깜빡하면서
입맛대로 요리조리 맞춰주는 AI
대체 저 아이는 어느 세상에서 왔는지, 속도 없어
에이, 시발 것
시고 나발이고
이러다 저 아이 종노릇하다 가게 생겼네, 참 나
(2023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