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소리는 어디에서 오나 외 1편
김기택
가슴속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핸드폰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허벅지에서 벨이 진동한다
핸드폰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허겁지겁 주머니와 가방을 열어
내장을 헤집고 허파와 심장을 뒤져
간신히 핸드폰을 꺼내 받으니
전화 온 게 없다
나한테 온 벨소리가 틀림없는데
옆 사람이 태연하게 받고 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디선가 벨소리가 울린다
잠과 꿈과 뒤섞여 뒤죽박죽된 정신을
어설프게 꿰맞춰
용케 전화를 받았는데 수신된 게 없다
전화가 오건말건 벨소리는 울린다
핸드폰을 꺼놔도 울리고
핸드폰이 떨어져 깨져도 그치지 않는다
귓구멍을 후비고 뇌를 다 뒤져서라도
얼른 받아야 되는데
핸드폰이 있건 없건 빨리 받아야 되는데
인공 눈물
울음을 한 통 샀다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
아직 울지 않은 울음이 들어 있다
마음이 울지 않아도
눈은 우는 울음이 가득 들어 있다
눈알이 잘 돌아가려면
눈알을 빠르게 굴려 눈치를 잘 보려면
그가 나를 발견하기 전에 먼저 그를 피하려면
눈알에 힘주느라 이마와 눈가에 주름 생기는 걸 막으려면
눈물로 눈알에 기름칠해야 한다고 한다
제가 우는지 저도 모르는 울음
너무 깊이 숨어 있어 보이지 않는 울음
막는 힘이 밀어내는 힘을 이길 수 없는 울음 대신에
눈물을 넣는다 울 일 없는 눈에 넣는다
눈물이 있는 동안은 눈알이 시원하다 세상이 시원하다
슬픔으로 닦지 않았는데도 시원하다
―『우리詩』2011년 2월호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박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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