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황혼길/서정주

김욱진 2011. 2. 14. 22:35

 

        황혼길

       서정주

 

 

 

새우마냥 허리 오구리고

누엿누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구비 구비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넘어

골골이 뻗히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느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역구 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보 또랑물

인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두고

 

으시시히 깔리는 머언 산 그리매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엣비슥히 비기어 누워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