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외 1편
문성해
명절이면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손톱이 하얀 동남아인들이 무리지어 제 나라 말로 지껄이며
돈도 마음껏 쓰면서 돌아다닌다
이 도시의 외곽에 기계부속품들로 흩어져 살다가
명절이면 텅 빈 도시를 접수한 듯 설치고 다닌다
가족에게 보낼 선물도 고르고
영화관도 가고 식당에도 가고 오락실에도 간다
밤이면 쌍쌍이 여관도 가고 술집도 간다
이 도시의 명절 매상은 그들이 다 올려준다
일 년 내내 조용하던 이 도시가
명절 다음날이면 굵직굵직한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한다
이 도시의 파출소 매상도 그들이 다 올려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늙은 도시가 그들로 인해 회춘을 한다는 것
긴 연휴가 끝나고
이 도시로 복귀하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왜 건물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섰는가
왜 도로와 골목들은 굽이치며 뒤척이는가
왜 가로수가
전봇대가
공터가
부채에 대하여
나는 그때 이 땅의 부채란 부채는 다 알아버렸다
이미 아버지의 파산으로 부채負債가 많았던 우리집
동생과 나는 밤마다 바구니를 들고 부채과자 공장으로 달려갔다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늙은 사장은
바구니에 듬뿍 부채과자를 담아주곤 했으므로
천원으로 부러진 부채과자를 한 바구니 안고 돌아오는 길
달님이 사카린 냄새를 맡고 따라왔다
아부지 우리도 멀쩡한 과자 좀 먹고 싶어요
퍼렇게 김가루가 날리는 방안
과자들은 손끝만 스쳐도 모서리가 부서져 나갔다
밤마다 마실 나가는 엄마를 따라 전기도 자주 나갔던 우리 집
깜깜한데도 과자가 입으로 들어가는 게 신기했다
아무도 자기 입 보면서 숟가락질 하는 사람은 없다
밤마다 목을 타게 하고 입가를 헐게 하던 그 이름
엄마는 그것 때문에 숨이 멎을 지경이라지만
우리들은 그것으로 밤마다 바구니 앞에 모여 있었으니
그 이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깊숙이
우리 몸속에 뿌리내려 있었던 셈
이놈의 과자 좀 그만 사오라고 그래요
어머니가 손에 든 부채를 활활 부치셨다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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