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기리는 노래 (외 1편)
정현종
멀리 있는 것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가까이 있는 것과 살 수 있겠는가.
바라보는 저 너머가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여기서
살 수 있겠는가.
멀리서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공간이여,
시선은 멀수록 좋아해 날개를 달고,
시선에는 실은 끝이 없으며,
시선은 항상 무한 속에 있는 것이거니.
여기 있으면서 항상 다른 데에도 있을 수 있게 하는 시선이여.
움직이지 않지만 항상 떠날 수 있게 하는 시선이여.
오 눈보다 앞서 있는
먼 공간의 시원함이여.
그러나 시선 속에는 이미
무한이 들어 있는 것이어니.
시간의 그늘
시간은 항상
그늘이 깊다.
그 움직임이 늘
저녁 어스름처럼
비밀스러워
그늘은
더욱 깊어진다.
시간의 그림자는 그리하여
그늘의 협곡
그늘의 단층을 이루고,
거기서는
희미한 발소리 같은 것
희미한 숨결 같은 것의
화석(化石)이 붐빈다.
시간의 그늘의
심원한 협곡,
살고 죽는 움직임들의
그림자,
끝없이 다시 태어나는(!)
화석 그림자.
—《시인수첩》2011년 여름호(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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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 1939년 서울 출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물의 꿈』『나는 별아저씨』『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한 꽃송이』『세상의 나무들』『갈증이며 샘물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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