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파도 소리/장석남

김욱진 2011. 6. 21. 15:48

      파도 소리

           장석남

 

 

 

아파트에 살아도

성벽 뒤에 살아도

밤이 거울 속처럼 깊어지면

귀에는 파도소리가 저

동해 홍련암 마루밑장에서처럼

들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태어난 건 그러니까 파도소리

 

마침내

책장 속이나 발치의 노을에서도

파도소리가 들리었으니

나의 앞날이 또한

파도소리 속으로 나 있는 것이리

 

내 신발 속 파도소리

내 단추 구멍 속 파도소리

모든 풍문도 음악도 다 이긴

나의 파도 소리

 

 

 

                            —《불교문예》 201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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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1965년 경기도 덕적 출생. 1987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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