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
장석남
아파트에 살아도
성벽 뒤에 살아도
밤이 거울 속처럼 깊어지면
귀에는 파도소리가 저
동해 홍련암 마루밑장에서처럼
들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태어난 건 그러니까 파도소리
마침내
책장 속이나 발치의 노을에서도
파도소리가 들리었으니
나의 앞날이 또한
파도소리 속으로 나 있는 것이리
내 신발 속 파도소리
내 단추 구멍 속 파도소리
모든 풍문도 음악도 다 이긴
나의 파도 소리
—《불교문예》 201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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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1965년 경기도 덕적 출생. 1987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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