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구름에 달 가듯이/유홍준 

김욱진 2011. 6. 28. 19:01

               구름에 달 가듯이

                        유홍준

 

 

 

저녁 일곱시 반엔 모두들 약을 먹어요 환자복을 입은 백명의 환자들이……

약이, 없는 자는 없어요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자는 없어요

폐쇄병동 밖 캄캄한 밤하늘은 밤새 노란 달이라는 알약 한 알이면 족해요

그러나 우리는 한 움큼을 먹어야 해요

하늘보다 더 많이 먹고 별들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해요

우리들의 목구멍을 넘어간 알약들은 밤새 구름에 달 가듯이 갈 거예요

차갑고 축축한 은하수를 지나 어둡고

칙칙한 내장을 지나 쓸쓸하고 비참한 복도를 지나 부르르부르르 어깻죽지를 떨며

우리들의 알약은

구름에 달 가듯이, 구름에 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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